[책]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샤를 페펭

과거를 수용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 이 책은 과거와의 관계가 얼마나 유연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과거는 우리를 어떤 본질이나 정체성에 가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정서에 고착시키지도 않는다. 우리는 과거를 재해석하고 재방문하면서 변화시킬 수 있다.

삶의 한 켠에 도려내고 싶은 과거가 있더라도 애초에 내가 훑어온 과거를 모른 척 지워내는 일은 불가능하기에 이를 거둬들이며 사는 태도를 호소한다. 구체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실행법을 가이드하는 여타 정신의학 서적과는 결이 조금 다르게 과거를 애틋하게 바라보도록 향수를 유도하는 감성적 문체가 책을 읽는 내내 아지랑이 펴 오르듯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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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무슨 일을 경험했던지 간에 현재와 미래만이 나를 정의할 수 있다」 는 당돌한 신념은 과거의 마수를 뿌리치고 뛰쳐나와 미래를 향해 달려가도록 추진력을 부여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 정말 가능할까? -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미해결 과제로 남아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모순과 의구심을 정확히 짚어준 문장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 이러한 제안들은 매혹적이지만 인생사가 얼마나 복잡하고 오묘한지 간과한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미래만 보고 달려가기에는 과거가 두 눈을 파랗게 뜨고 지켜보는데 앞으로의 나는 과거의 나와 마냥 다를 것이라는 낙관은 맑고 천진하지만 유아적이다. 따라서 삶의 불순을 여과하여 영롱하게 빚어내리라는 겸허함이 인생의 난해함을 이해하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이고 성숙한 삶의 자세가 되겠다.

그렇다 해서 낙관주의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은 필요하지만 과거의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책에서도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사람에 따라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기에 같은 사건을 통과하더라도 과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트라우마에 매몰되는 사람과 딛고 일어나 성장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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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아름다워 몇 번이고 손으로 비벼대고 한참을 구경하며 저자가 우리로 하여금 진주로 변태 하기를 소망하나 보다 싶었다. 부드러운 연노랑 표지가 나에게는 어째 달콤하게 느껴져 표면을 불로 달궈낸 커스터드 푸딩이 떠올랐다. 때로는 불로 지지듯이 인생이 고되더라도 그를 통해 겉면에는 나를 보호하는 단단함을 장착하고 속으로는 여전히 부드러이 과거를 품어내는 어른이 되기를 꿈꿔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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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해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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