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치 있는 삶 / 마리 루티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내면의 욕망과 사회적 기대 간 충돌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며 선택해 나가는 삶이라고 말한다. 내면의 욕망은 곧 기질이라는 키워드로 묘사하고, 사회적 기대는 관습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한다. 이처럼 책에서는 기질이라는 키워드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꿰매어 나가는데 개인적으로는 새롭고 낯선 내용이 많아 체화하기에 여러 번 읽어야만 했다. 가장 쉽게 주제를 설명해 보자면,

 

1. 예술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꿈과 열망은 기질이고, 안정적인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생애주기를 따르며 사는 것은 관습이다.

2. 이때, 인간은 기질과 관습의 갈래에서 고통을 느낀다.

3. 이 고통의 이유를 파악하는 것, 즉 본인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4. 그렇다면 기질을 따르는 것이 정답일까, 관습을 따르는 것이 정답일까?

5. 그 가운데에서 자주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정답이며, 곧 가치 있는 삶이다.

 

기질만을 추구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멋있는 인생도 아니며, 관습만을 따르며 순응하는 것이 보잘것없는 인생도 아니다. 단순히 둘 중 하나가 정답이었다면 애당초 인간은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주적으로 정답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에, 또한 선택의 순간에 그 정답이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인간은 고통스럽다. 그러기에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협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인생이 안일하고 무기력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기 계발서가 필요했다. 이미 들어본 이야기들은 무의미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의 표지는 수줍은 소녀처럼 야리야리하고 예뻤다. 그러나 속에 품은 내용은 생명력이 넘치고 진취적이었다. 조명이 켜지듯이 명쾌했다. 버릴 문장이 없어 밑 줄 긋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한 순간의 포착으로는 책의 위대함을 자랑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어느 문장 하나 거를 타선 없이 읽어 내려가야만 당신의 인생을 계몽시킬 수 있을 것이다. 

 

33 | 나는 기질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고정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진정성"이란 특정 성격의 특성이나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 한 것이다. 진정성은 우리 존재에 대한 어떤 영구적인 진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특징인 계속되는 변화의 과정에 우 리가 어떻게 발을 내딛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135 |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일임을 이 책에서 넌지시 내비쳐 왔다.

 

141 | 고통은 불필요한 것들을 씻어 낸다. 고통은 불순한 것 들을 제거해 우리를 더욱 자애로워지게 한다. 이것이 고된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종종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다재다능한 이유다.

 

145 | 슬픔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 이 슬픔에 대한 회복력을 잘 갖추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쯤 있는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기회를 갖지 못했다.

 

159 | 우리는 썩 좋지도 않고 뻔하고 진부할지라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는 것보다 항상 낫다고 믿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인이나 활발한 소셜 네트워크 계정이 없는 사람은 어떤 결함이 있거나 최소한 엄청 불행할 거라고 가정하도록 학습되었다. 또한 우리는 그런 사람들은 외롭고 비참할 것이라고, 남들이 쉽게 여러 관계를 맺는 것처럼 그들도 그럴 수 있길 은밀히 (그리고 필사적으로) 갈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학습되었다.

 

162 | 우리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관계는 삶의 평화로운 안식처와 같다고 꿈꾸도록 학습되었는데, 모든 장기적 관계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그 의미 없는 관계에 시간과 노력, 감정을 투자한다. 마치 결혼 제도가 명백한 학대 행위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해롭고 진을 뺀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계획된 문화적 음모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162 | 우리는 혼자일 때보다 관계를 맺음으로써 얻게 되는 보상이 더 크다고 생각하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관계를 선택한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러한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172 | 사실 우리가 로맨스라는 마법에서 깨어나게 되는 이유는 반드시 무언가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너무나 관습적이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가 사랑으로부터 다른 것을 얻고자 한다면, 예를 들어 사랑에 영속성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기와 모험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면, 우리는 사랑때문에 그리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174 | 숭고함은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 왜 이 사람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타협 불가능한 것인지를 설명해 준다.

 

192 | 정서적 지능이 매우 높고 상대를 세심히 존중하는 남성이 이 세상에 많이 있는데도 여성들은 왜 석기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남자의 남성성에 만족해야만 하는가?

 

194 | 우리는 모두 각자 유일무이한 존재지만, 매 순간 끊임없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자아가 자아를 이루는 서로 상충되는 에너지를 품는 것은 고사하고 의식적인 상태로도 남아있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결코 완전하게 "조화"될 수 없는 현실은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199 | 우리가 타인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타인에 관해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우리가 타인의 개인적인 우주에서 완전히 추방되어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219 | 우리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모하고 조금은 미친 짓처럼 보이 지만, 우리는 나름 내적인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 행동은 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합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논쟁의 여지없이 "옳기" 때문에, 외부의 기준에 의해 판단될 수 없다.

 

228 | 우리는 "이성적으로" 삶을 살아갈 때 과도한 열정이나 고뇌가 없는 상태가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건의 부름을 받으면 우리는 열정과 고뇌가 흘러넘치는 세상에 들어서게 된다. 이것이 기질의 요구와 사회적 페르소나의 요구가 충돌하는 이유다.

 

232 | 우리의 기질만을 우선시하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지만, 기질을 따르지 않는 삶도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236 | 자아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한 실천적 선택들이 모여서 창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새롭고 무한한 실존적 가능성을 성취해 낼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256 | 결과적으로 삶의 덧없음은 삶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고 드높인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덧없음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259 | 우리는 모두 잿더미에서 솟아오르는 불사조 신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를 극복하고 고난, 파멸, 실망 또는 정서적 황폐화의 잔해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능력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263 |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삶에서 확실하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훗날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실패의 순간 속으로, 심지어는 삶이 파탄 나는 순간 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일 수 있겠다.

 

265 | 그러므로 타고난 마음의 동요와 불안을 회피하려는 것은 인생의 실수일 수 있다.

 

268 | 그러므로 사랑하는 데 불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고, 직업적 목표와 창조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더 높은 이상과 열망을 꿈꾸는 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