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경험의 멸종 / 크리스틴 로젠

책에서는 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멸종하게 되는 인간적 경험에 대한 경각심을 화두로 던진다.

 

AI와 같은 미래기술이 고도화된 배경은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고 인류의 한계로 고안해 낼 수 없는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서였으나, 자가당착으로 인간다움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날로그적인 경험이 얼마나 지당하고 고귀한 인간적 성장과 지적 발전을 이루는지 과학적 근거를 설명한다. 

 

무료함을 스크린타임이 아니라 창의력으로 해소하던 시절들

손으로 써 내려가는 글씨를 통해 몸이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들

 

2025 현시점 XM 세대들에게는 차마 놓아버릴 수 없는 향수이자 존재의 근간이 되는 경험일 텐데, 다가오는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새로운 세대가 이러한 본능적 경험을 상실하지 않도록 애를 써서 물려주는 것이 앞선 세대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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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IT 업계 종사자이면서도 아날로그 경험을 추앙하며, 어디까지나 내가 추구하는 기술 가치관은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해소하여 현실 세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선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미래기술을 보며 가끔은 피로도를 느끼기도 하고, 인간적 가치를 전복하는 주객전도적 상황은 거부감을 갖는 편이다.

 

책에서는 주장하는 바를 탄탄히 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유지한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너무 편향되고 과장된 주장은 아닐까 질문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쏟아져 나오는 AI 신기술에 대한 경 외로움은 잠시, 기술의 한계와 정체를 느끼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 Tool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새로 나온 Tool에 대한 1년 구독 결제를 지양하는 행태가 목격된다. 1년을 정기구독하고 사용하기에는 각각의 Tool 이 갖고 있는 한계가 명확하며, 그런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Tool 이 금방 출시되기 때문이다. 또한 불과 2-3 년 전 메타버스가 등장하며 마치 가상세계의 시대가 열리며 현실세계에 종말이 도래할 것처럼 반짝 열풍이 불었지만, 이내 그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이처럼 신기술에 대한 충격이, 임팩트만큼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인간이 어디까지나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디지털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함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회귀한다. 다시 사람으로, 다시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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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인공재, 신소재 등 다양한 화학 기반 양산품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공 제품들은 한동안 무비판적으로 소비되었고, 그 결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에 사람들은 친환경, 유기농, 업사이클과 같은 대안을 모색하며 일부는 과거의 생활양식을 복원하고, 또 일부는 지속가능한 자연 친화적 신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해 나갔다.

 

이처럼 인류는 신기술에 무조건적으로 탑승하지 않다. 우리는 사고한다. 나는 인류가 인류 스스로의 보존을 위한 탁월한 선택을 무의식적으로 첨예하게 계산할 줄 아는 존재라고 믿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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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신기술에는 존재가치와 순기능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기술의 발전에 반감을 가져서는 안 되며 심지어 이제는 발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딱히 없다. 우리는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 나왔다. 그렇기에 이제는 어떻게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

 

첫 번째로, 올바른 기술 윤리를 수립해야 한다. 기술을 건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제도적 장치를 단단히 마련해야 할 책임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기술의 근원을 회고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애당초 신기술의 물꼬가 피어오른 파생점으로 다시 돌아가 기술의 필요성을 반문해 보는 것이다. 인간의 불편함, 인간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이 등장했다고 한다면, 그 불편함과 결핍이 정말로 해소되어야 했던 문제였던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AI 기술이 아니라 개개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어짐에 감사하는 영적 · 정서적 성장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왜 인간이라는 동물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고 기술 앞에 굴복하며 인간의 가치를 폄하해야 했던 것일까? 그저 우리는 글로벌 거대 IT 산업과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적 마케팅에 현혹된 것일 뿐이지 않을까?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진정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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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량이 개발된 2025년에도 전 세계 사람들은 여전히 1800년대에 발명된 자전거를 탄다. AI 시대가 도래하였더라도 인간은 생각보다 원초적이며, 여전히 AI 기술력의 영향이 미치는 곳보다 그렇지 못한 사각지대가 훨씬 크다. 시대의 흐름에 깨어있되 - 확증편향은 지양하고 - 인간 근원적 존재가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서 건설적으로 기술을 도구화하는 것이 인류에게 요구되는 태도일 것이다.